『아몬드』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감정, 폭력, 공감, 성장이라는 주제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손원평 작가의 데뷔작이지만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년간 문학을 읽고 비평해온 제게도 『아몬드』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깊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감정을 모르는 소년, 윤재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뇌 구조를 가진 소년입니다.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아 분노, 공포,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죠. 그래서 그는 어릴 적부터 '정상처럼 보이는 법'을 훈련받으며 자라납니다.
이 설정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걸까요? 그렇다면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삶을 살까요?
가족과 함께했던 보호된 시간
윤재의 곁엔 헌신적인 엄마와 다정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윤재를 지키고, 세상과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존재였죠. 그러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윤재는 세상에 홀로 던져지게 됩니다.
감정을 모르는 소년이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 그가 겪는 혼란과 상실은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흔듭니다.
정반대의 존재, 곤과의 만남
윤재의 인생에 들어온 인물, 곤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감정에 솔직하고, 때론 폭력적이며,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처음엔 대립하는 듯 보이던 둘은, 점차 서로를 통해 공감과 성장을 배워나갑니다.
윤재는 감정을 배워가고, 곤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알아갑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 ‘다름을 인정하는 연대’로 이어집니다.
감정은 타고나는 것인가, 배울 수 있는 것인가
『아몬드』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감정은 선천적인 것인가? 혹은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가?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감정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오히려 윤재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의 문장이 주는 힘
손원평 작가의 문장은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과장 없이 조용히 말을 건네지만, 그 여운은 크고 깊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주는 감정의 울림은 역설적으로 더욱 진하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아몬드』 추천 대상
- 감정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과 성인
- 심리학, 인간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
-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
-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싶은 이들
책이 남긴 문장 – 감정을 원한다는 용기
“나는 감정이 없지만, 감정을 원한다.” 이 문장은 윤재의 진심이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감정이 부족해도, 우리는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 조용하지만 단단한 감정의 이야기
『아몬드』는 감정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진짜 사람다움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감정이 무뎌졌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조용하지만 분명한 위로가,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담겨 있을 것입니다.